한양도성길 트레킹 후기
“트레킹 하러 가자”
요즘 부쩍 아웃도어 하자는 친구들이 늘었다. 우리 사이에서는 내가 그나마 아웃도어를 좋아하고 경험도 상대적으로 있는 편이라 그런지, 친구들이 아웃도어를 하고 싶으면 나를 먼저 찾는다. 마침 아웃도어 하기 딱 좋은 가을도 왔고, 최근 #덜위치국제학교 를 위한 아웃도어 에듀케이션 프로그램을 위해 눈여겨 보던 트레킹 코스가 있었다.
한양도성길 - 옛 성곽의 자취를 따라 서울 한바퀴
한양도성길은 서울의 중심부를 감싸는 4대문 (숭례문, 돈의문, 숙정문, 흥인지문)과 이를 이어주었던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이다. 평소 바쁘게 지나치기만 했던 서울을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도 있고, 6개 코스 총 18.6km에 달하는 도성길에서 도심길과 산길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수도권 시민들에게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다.
학생이 되어보다
아웃도어 에듀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와 내 친구들이 직접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되어보기로 했다. 실제 교육상황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1.각자 한 가지의 역할을 맡는다.
2.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3.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토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
드디어 출발!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숭례문에서 한양도성길 지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나는 리더로서 길을 찾고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처치를 맡기로 했다. 패기롭게 발을 뗐지만 핸드폰에 길들여진 내가 종이지도만 보고 길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지도에 표시된 랜드마크나 건물들을 보고 길을 찾으니 게임 퀘스트를 하나씩 깨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분명히 서울에 많이 와봤는데도 처음 들어보는 건물이나 길, 박물관들이 있었다. 그런 곳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맛이 쏠쏠했다.
결단이 필요한 때
“총 18.6km이니 시간당 2km 걸어 9시간만에 완주하자!”
이것이 우리의 원 계획이었다. 쉬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9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9시에 출발해 중간중간 길도 잘못 들기도 하고, 예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시계는 어느새 1시를 향했고, 걸은 거리는 6km였다.
우리는 결국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산길 코스는 다음을 위해 남기고, 도심길 구간만 완주하기로 했다.
도심길 완주 성공!
점심을 먹고 와룡공원으로 이동해 걸었다. 한 쪽에는 성북동의 언덕을 채운 빌라들이 보였고 저 멀리 종로와 강남에는 고층빌딩들이 즐비했다.
“나는 저 사이만 돌아다니고 있었구나..”
도심 속 도성길을 걸으니 시간이 0.5배로 흐르는 것 같이 평화로웠다.
우리는 각자 이런 저런 감정들을 느끼고 공유하면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했다. 낙산을 지나 동대문으로 향하니 발걸음이 빨라진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알던 서울로 돌아왔다.
느낀 점 -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의 가치
비록 하루의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가능성을 보았다. 우리는 트레킹을 하며 길을 찾아야 했고, 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힘들어도 계속 걸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의 리더십, 의사소통, 의사결정, 팀워크, 끈기 등이 발휘됐다. 친구들도 이를 몸소 느끼고 나서는, 우리가 다녔던 학교에서 이러한 경험을 했더라면 더 멋진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라도 이걸 알게 돼 다행이라며,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을 경험시킨다고 한다.
한양도성길 코스는 난이도도 높지 않고, 서울의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모두 간직한 트레킹 코스이다. 못다한 답사를 마무리한 후 학생들을 위한 아웃도어 에듀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