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번째 섬 자전거 여행일이 밝았다. 석모도는 강화도의 애기섬이라는 애칭 답게 강화도 서쪽에 자리 잡은 아주 조그만 섬이다. 예전에는 강화도에서 배로 이동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다리가 생겨서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리 덕분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차량으로 이동하니 편리해진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 옛날 옛적에 배시간에 맞추어서 커피 한잔하고 자전거를 배에 싣고 새우깡 한봉지 챙겨서 배가 이동할 때 배 뒤편에선 새우깡을 갈매기들에게 나누어 주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기술의 발전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며 때로는 느리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항상 목표에 빠르게 가는 것만이 우리 삶의 목적은 아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까!
차량으로 석모도의 석포리
선착장까지 이동하기로 학생들이 결정을 하였고, 학생들이 모이기 쉽고,
운전도 편리하도록 합정역 부근에서 모두 만나기로 했다. 하루 전날에 자전거 13대를 모두 차량에 싣고 지원차량 2대로 석모도로 이동을 하였다. 서울에서 출발을 할 때에는 어두웠는데, 석모도에 가까워질수록 저
멀리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뒤에서 핸드폰 카메라 소리가 찰칵 찰칵 들리는 것을
보니 비단 나만 그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나 보다.
석포리 선착장에 도착하고 나서 팀 리더들이 자전거를 내리고 학생들 몸에 맞는 자전거를 선별해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자전거 모델이 다 동일하다 보니 서로 헷갈리지 않도록 자전거에는 자신만을 상징하는 스티커를 붙여서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달릴 때
자기 몸에 맞춘 자전거가
바뀌지 않도록 신경 쓰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보문 선착장으로 이동을 하는 길에 다들 자전거를 멈춰 섰다. 갯벌은 분명한데, 온통 분홍색이다. 아니 늦가을에 분홍색 꽃이라니……
모두들 갯벌에 내려가서 그 분홍색 꽃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아니 정체를 알려고 하는 것보다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꽃인지 식물인지 알 수
없지만 늦가을에 우연치 않게 마주하게 된 예쁜 분홍색의 정원은 우리 모두들 설레게 했다.
늦가을의 갯벌 정원을 마음껏 둘러본 뒤 우리는 계속해서 이동을 했다.
섬의 서쪽 끝 민머리 해수욕장에 들리고 어류정항, 매음리 선착장 등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곳이면 다양한 컨텐츠 촬영을 위해 어디든 이동을 했다.
사실 컨텐츠 제작팀이 처음에는
석모도 현지 주민을 섭외하여 인터뷰 영상도 찍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섭외에 실패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보문사 등산로 초입구에 다다르게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팀 리더가 점심 식사를 먼저하고 보문사에 오르기로 결정을 하였다. 보문사 앞에 위치한 식당인데 2층 조망이 너무나 좋았다.
특히 팀 리더는 모든 팀원들이 보문사로 이동을 할 때 식당에서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는지
서슴없이 점심 식사 장소를 결정하였고
매우 옳은 결정이었다. 나는 사실 조망이 마음에 들었다. 하하
뜻하지 않게 엄청난 맛집에 와버렸다.
갓지은 솥밥에 해산물 된장국과 메인 메뉴인 낚지 볶음은 가히 천하일미 아니 석모도일미였다.
그렇게 맛난 음식을 먹으며 바라보는 서해의 갯벌 풍경은 자전거 여행객의 시선과 관심을 온통 빼앗아 버렸다.
점심 식사 이후 팀리더는 등산 계획을 짜고 있었다.
팀을 나누어 등산을 리드하는 팀과 컨텐츠 촬영하는 팀 그리고 후미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팀으로 나누었는데,
입구에서 보문사 측과 상담한 리드팀이 말하길 사전 허가를 받은 게 아니면
공식적인 촬영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서 우리는 그냥 개인 휴대폰으로 사진이랑 간단한 영상만 촬영을 하기로 했다.
늦은 가을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보문사를 찾았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큰 바위를 깎아서 만든 법당 같은 곳이었는데, 정말이지 웅장하다 못해 경이로웠다.
우리 팀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다른 관광객들도 계속해서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산 위의 절벽에 바위를 깎아서 만든 불상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지만 다양한 종교의 문화와 양식 그리고 문화재들을 보는 것은 나의 즐거운 취미생활이다.
보문사 절벽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과 그 절벽에 있는 바위에 조각된 불상의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다.
힘들게 산 정상까지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고, 순간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불상을 깎아서 만든
불도들의 불심에 깊은 경외감을 느껴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만들었다.
보문사까지 들려서 구경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팀 리더들은 당초 계획이었던 석모도 일주 라이딩을 보류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 짧은 라이딩 코스로 변경하였다.
팀원들 모두들 동의하였고 나 역시도 학생들의 결정에 따랐다.
개인적으로는 일주를 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의 결정이 옳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조금만 더 늦게 운전을 시작했더라면 엄청난 교통체증에 갇혀서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이 꽤 늦어졌을 것이다.
석포리 선착장에 다시 돌아와 자전거를 정리하고 나서 오늘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그룹 서클을 만들었다.
그룹 서클은 그룹 debrief을 하기에 가장 좋은 그룹 형태이다.
각자 오늘 느꼈던 느낌들을 공유하고 머리속으로 기획했던 라이딩이나 컨텐츠 촬영들이 실제로는 어땠는지
그리고 다음 번 실습때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더 나은 활동이 될 수 있는지
자신들의 느낌과 생각을 발표하였다.
한국에서의 많은 야외활동 기관들은 활동에만 집중하다 보니 활동을 통해 느끼고 배우게 되는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
활동을 마무리하는데 급급한 모습들이 보이고는 한다.
첫번째 실습을 바탕으로
두번째 실습에서는 더욱 더 나은 모습의 팀활동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