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학교 인천의 3형제 섬, 신시모를 달리다!
신시모는 신도, 시도, 모도 이 3개의 섬들을 일컫는 줄임 말이다. 인천 영종도 북쪽에 위치한 이 조그마한 섬들은 서로 짧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섬들을 자전거로 둘러보는데 한개의 섬당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요즘 국내 자전거 여행객들로부터 사랑받는 명소이다. 서울에서 접근이 용이한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을 해야 하고 서울 근교에서 섬 자전거 여행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을지대학교 학생들은 이 섬들을 2차 섬 프로젝트
장소로 결정을 하였다.
섬 프로젝트 2차 실습날이 하루 정도 남았을 때 학생 팀 리더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난 일주일 정도 계속해서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덕적도 행 배 상황을 주시했는데,
일주일 정도 배가 뜨지 않아서
내일 모레 실습날에도 배가 뜨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다.
난 1분정도 생각 후 결정은 리더가 하는 거라고 했고, 나는 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결정을 내릴 때, 다른 팀원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라고 했다.
나는 지원팀으로서 리더의 결정에 따라 준비 내용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의사 결정 능력이란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게 아니다. 하지만 이 의사 결정 능력은 사회에 나오게 되면 즉각적으로 필요한 필수 능력이 되어 버린다. 회사 직원이 되든, 자영업을 하든, 회사를 차리든, 우리는 크고 작은 그리고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아이들의 학교, 진로, 옷 입는 취향, 음식, 친구들, 취미생활 등의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매순간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에서는 이러한 의사 결정 능력을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일찍 시작한다. 텐트를 어디에 칠 건지, 어떤 등산 루트를 통해서 어디로 갈 건지, 어떤 음식을 요리할 건지 그건 순전히 학생들에게 달렸고, 학생들도 팀으로써 리더로써 매순간 많은 결정을 하게 된다. 어떤 때에는 옳은 결정을 할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잘못된 결정을 할 때도 있다. 야외에서는 옳은 결정과 잘못된 결정에 대한 결과를 바로 몸과 감정으로 겪게 된다.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한 의사 결정 능력 개발에 대한 내용은 추후 다시 깊게 다루도록 하겠다.
학생들은 길고도 짧은 토론 끝에 그 동안 수집했던 덕적도에 대한 자료를 과감히 버리고 신시도를 선택했다. 덕적도에 비해 배 운항이 매우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자전거를 통해 세 개의 섬들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학생팀과 만나서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으로 이동을 했다. 그곳에 차량을 세워두고 자전거 정비를 했다. 자전거 정비를 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배 승선을 위한 절차를 했다. 학생들 스스로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자전거 담당을 다른 한 팀은 배 승선 담당을 한 것이다. 좋은 전략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효율적으로 자전거 라이딩 준비를 하였고, 아무런 혼란 없이 배에 자전거와 함께 승선을 하고 여유있게 배 뒷편에서 갈매기들과 새우깡 놀이를
하였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 시국에 자전거를 배에 싣고 어디론가 떠나니, 학생들도 매우 신나 보였고 마냥 즐거워보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배에 탔던 게 제일 신났다고 하더라!
10여분의 운항 끝에 신시모에 도착하게 되었고, 팀 리더는 안전한 공간을 찾아서 인원 점검, 자전거 점검 그리고 각 자의 역할에 대해서 점검을 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강사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이끌어 나갔다. 이제는 라이딩을 즐길 일만 남았다.
(몸 풀기로 자전거 물병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장애물 통과 게임을 하였다.)
라이딩 리더가 선두를 맡았고, 팀을 신도의 시계방향 코스로 안내를 했다. 신도, 시도, 모도 이 세개의 섬들이 아주 작은 섬들이라 순식간에 시도에
도착을 했다. 학생 리더가 순간 정지 신호를 전파했다. 모두들
의아해하는 사이, 눈 앞에 아주 예쁜 카페가 들어왔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모두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기까지 오는데,
쉬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차 한잔씩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다음 해 자전거 목적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동해안
자전거 라이딩 또는 제주도 자전거 라이딩 등도 거론이 되었다. 신나는 일이다.
다시 달리다 보니 순식간에 시도를 넘어서 이제는 마지막 섬인, 모도에 도착했다. 모도 끝까지 가니 배미꾸미 조각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학생팀 리더도 여기는 예정에 없던 곳인데, 잠시 들렸다 가보고 싶었던지, 입장표를 예매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곳이었다. 해변 바로 앞에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었고, 우리 어릴적 학교 다닐 때 보았던 철봉과 그네와 같은 다양한 체육시설도 있었다. 어느샌가 학생들이 여기 저기 체육 시설에 붙어서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그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신도로 돌아가기로 했다. 팀 중 음식 담당을 하는 학생이 미리 알아보았던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자전거 여행 중 먹는 음식은 무엇을 먹든 항상 맛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자전거 여행 하시는 분들만 알 듯.
점심 식사 후 다시 우리는
자전거 안장에 앉았다. 이제 신도의 반을 돌아서 신도 선착장에 돌아가면 여행이 마무리 된다. 그런데 항상 방심하는 순간에 사고가 찾아온다.
신시모 라이딩 영상 컨텐츠를 담당하는 학생이 크게 넘어졌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다. 넘어진 이유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강아지들이 대문에 기대여서 인사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고프로로 찍으려고 상체만 돌려서 찍던 순간 앞에 얕은 구덩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앞으로 덤블링을 하면서 크게 넘어졌다. 학생도 무사했고, 카메라도 무사했다. 다만 자전거를 잠깐 멈추고 영상을 찍었으면 어땠을까라고 피드백을 학생에게 줬다.
두번째 사고는 선착장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약간 내리막 도로였고 다들 선착장이 눈 앞에 보인다는 설레임에 그리고 친구들과 신나게 달린다는
기분에 조금 속도를 높여서 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라이딩 리더는 아무런 간섭을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그런데 그 순간을 핸드폰에 영상으로 담으려고 하던 한 학생이 과속방지턱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앞으로 크게 넘어졌다. 천만다행으로 다치지는 않았다. 그 순간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라이딩 리더는 그 순간 도로 옆 안전한 공간을 찾아서 학생들을 이동시켰고, 스위퍼 역할을 하던 학생들은 학생들이 안전공간으로 이동을 할 때 그룹의 앞과 뒤에서 오고 가는 차량이 없는지 살피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 안전 공간에 도착하자 마자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학생은 넘어진 학생이 다친 부위를 소독하고 치료하였으며, 자전거 수리를 담당하는 맥가이버 학생은 세게 넘어지면서 체인과 림 부위가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하였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일어난 것이며 학생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기 역할을 해낸 것이다. 역시 모든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며 그러한 능력을 자연스럽게 개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의 힘은 위대하다.
삼목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스위퍼 역할을 했던 한 학생이 넌지시 말을 건넨다. 자전거 여행이 짧아서 많이 아쉬웠다고, 조금 더 길게 가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에 동감을 하며 2022년에는 학생들과 자전거와 캠핑을 하면서 조금 더 멀리 그리고 조금 더 길게 자전거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어서 빨리 코로나가 잠식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