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윅 가을 OE 후기
2021.10.3 - 10.24
짧지만 길었던,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채드윅에서의 가을 OE가 끝났다.
강사들, 학생들과의 한 달은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채드윅은 우리나라에서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뜨겁다. 나의 채드윅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이번 후기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3가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팀으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다.
이번 가을 시즌 OE에서는 16명의 아웃도어 에듀케이션 스태프가 함께 했다. 총 감독 1명, 강사 10명, 보조강사와 지원팀 5명. 매주 120여명의 학생들과 활동해야 했기에, 스태프의 수가 아주 충분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에서 진행되어,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지켜야 할 수칙들,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았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채 시즌이 시작됐다. 첫 주는 4학년, 5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듯 했으나 역시 아웃도어에서 계획은 변하기 마련이었다. 활동 전 몇몇 장비가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을 챙겨주다 보니 시작이 늦어졌고, 8~9개에 달하는 학생 그룹이 동시에 캠핑장에 모이다 보니 캠핑장 오리엔테이션도 늦어졌다. 그러다 보니 모든 시간 계획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나같은 경우 보조강사 업무와 지원팀 업무를 모두 담당하였는데, 보조강사로서 학생들과 자전거 라이딩, 트레킹을 하고 오면 지원팀의 저녁식사 준비에 늦어 결국 식사 시간이 늦어졌고, 지원팀으로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라이딩과 트레킹에 늦고 말았다. 새로운 장소와 임무에 대한 미숙함, 서로 간의 소통 부족 등이 문제였다.
하지만 첫 주가 지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개선점을 찾았다. 둘째 주부터 활동 시간을 30분~1시간 늘리기, 강사와 보조강사, 지원팀 간에 소통 강화하기 등 피드백 한 내용을 적용하니 프로그램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마지막 주에는 서로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팀워크가 잘 맞아 결국 아무런 문제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항상 학생들에게 소통과 팀워크를 강조한다. 좋은 소통과 팀워크가 있어야만 팀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3주 간의 시즌에서 다시 한 번 느꼈다.
2. 학생들의 외적, 내적 변화를 관찰하다.
어쩌면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기도 하다. 4~7학년 학생들과 아웃도어에 있으면서 그들의 행동을 보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기회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학년에 따른 성장과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학년이던 4학년, 5학년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모든 것에 열정을 다하는 작은 개구쟁이들이었다. 서로 시시콜콜한 장난도 많이 치고, 어떤 문제를 내면 아무 거리낌없이 오답을 던지기도 했고, 성별이나 키 등에 상관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팔씨름을 하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원초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6학년, 7학년 학생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외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하는 친구와 아직 성장기에 접어들지 못한 친구들의 키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몇몇 친구들은 이미 170cm를 넘겨, 얼굴을 보지 않으면 학생인지 선생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내가 느끼는 원초적인 재미’보다는 ‘타인 속에서의 나’, 즉 자존감의 성장이 돋보였다. 문제의 답을 모를 때 오답이라도 적극적으로 말했던 4,5학년 학생들과 달리 6,7학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했고, 팔씨름과 같은 대결에서는 질 것 같으면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이 ‘부족해 보이기’ 싫었던 것이다.
아웃도어 에듀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학생들을 대할 때 이러한 특징들 또한 고려해야 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3. 아웃도어 에듀케이션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
하루종일 아웃도어에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로가 쌓인다. 추운 날씨, 급박한 스케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피로를 누적시킨다. 하지만 아웃도어에서 웃고 떠드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자전거 타기 싫다면서도 막상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재밌게 타는 친구들, 티격태격 다투는 것 같지만 실은 서로를 좋아하는(것 같은) 친구들, 두 발 자전거 경험이 없어 계속 넘어졌지만 하루종일 연습해 마침내 해내는 친구들, 캠프파이어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며 계속 나뭇가지를 넣는 친구들, 우리 스태프를 도와주겠다며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부엌 주위를 배회하는 친구들, 신나게 놀다 밤에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며 눈물 흘리는 친구들..
이런 모습들이 하나하나 참 귀엽고 기특하다. 같은 기간 동안 같은 활동을 했지만 개개인이 받아들인 경험은 천차만별이다. 재밌고 좋았던 경험, 힘들고 슬펐던 경험 모두 이 친구들을 성장시키는 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벌써 두 달 전 교육이지만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도, 학생들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내년 봄 OE 시즌에 만나길 기대한다!